신문사 지인 중에 동시를 짓는 기자가 한 분 계셨다. 한때 이동찬이라는 필명을 쓰시던 이봉직 작가가 그다. 지금은 설툰처럼 신문사를 나와 야인, 아니 자유창작자의 신분이지만 그는 여전히 '스타'동시작가이다. 스타동시작가라고? 그렇다. 세상풍파에 찌들릴대로 찌들린 우리 '어른'들한테는 낯선 작가일지 모르지만 요즘 웬만한 초등생들은 그를 안다. 초등 5학년 교과서에는 그의 걸작 동시가 실려있기 때문이다. 자, 아는 사람은 잘 알고 모르는 사람은 잘 모르는 그의 대표작 '웃는 기와' 감상하시사.
웃는 기와
이동찬(이봉직)
옛 신라 사람들은
웃는 기와로 집을 짓고
웃는 집에서 살았나 봅니다.
기와 하나가
처마 밑으로 떨어져
얼굴 한쪽이
금가고 깨졌지만
웃음은 깨지지 않고
나뭇잎 뒤에 숨은
초승달 처럼 웃고 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한 번 웃어주면
천 년을 가는
그런 웃음을 남기고 싶어
웃는 기와 흉내를 내 봅니다
기가막히지 않는가? 기와가 깨졌어도 천년동안 깨지지 않는 웃음이라... 설툰의 감수성이 아무리 피폐해 졌어도 절로 탄성이 절로 나는 명시임에 틀림 없는 것 같다.
이봉직 작가 그가 최근 설툰한테 새로 묶어낸 그의 시집을 보내 왔다. 대전 내려갈때마다 환하게 웃고 너무 반겨하던 그였기에, 매번 받기만 하고 주는 게 없는 설툰은 죄송할 따름이다. 설툰은 오래 못살것 같다. 설툰이 미안해서 정말 죽을 지경인 정도로 다정하게 대해준 지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봉직 작가의 속표지 인사문안. 아 설툰도 어서 소박하나마 작품집 하나라도 내서 보답을 해드려야 할텐데 조악한 필력으로 종이만 낭비할까 무서워 책 내는게 두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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