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히터

만 화 들 2009. 2. 8. 01:36




좀 오래된 만화다. 마감에 쫒겨서 날림으로 그렸지만 나름대로 사연이 있는 내용이고 [만화들]카테고리도 비어있고 해서 시기상 김빠진 작품이지만 하나라도 올려놔야지 하면서 얽힌 사연도 첨부한다.

아내는 왼손잡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양손잡이'다. 원래 왼손잡이인데 어렸을 때 부터 왼손잡이라는 놀림과 집안의 압박에 못이겨 억지로 오른손을 쓰다보니 본의아니게 '양손잡이'가 된 경우다. 아내가 편하게 쓰는 글씨는 왼손으로 쓴 '막대글씨(여느 여자들의 글씨체)'다. 그런데 중요한 문구나 서류를 쓸 때는 오른손으로 쓴다. 오른손으로 쓴 글씨체는 마치 펜글씨 교본에 따라 따북따북 꺾어 쓴것 같은 '명조체'다. 그렇다. 아내는 <스위치 히터>다.

연애시절엔 아무렇지도 않았던 아내의 '왼손잡이'는, 결혼한 후 처음 설툰의 집에서 명절을 쇴을 때 소름끼치는 일화를 만들어 내고야 만다. 제사상에 올릴 전을 부칠 때, 아내는 무의식중에 하필이면 왼손으로 전을 지졌다. 이후로도 긴장이 풀린 아내가 집안어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도중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하고 만 것이다. 설씨네 종가댁 며느리가 잘 하는지 보자...라고 지켜보던 집안 친척들 중에서 한 분이 경악스러운 말씀을 내 뱉으셨다.

'허어~ 짝잽이가 맹근 전을 어떻게 조상신 제사상에 올리누~'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경우일것도 같은데 다른 자리도 아니고 밥 먹는 자리에서 아내는 끔찍한 모독을 당하고야 만 것이다. 아내는 어찌해야 했을까? 왼손에 들려있던 젓가락을 다시 오른손으로 고쳐잡을까 아님 계속 왼손으로 젓가락질을 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빨갛게 당황한 얼굴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안절부절 하는, 모멸에 치떨려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아 씨발 왼손으로 전을 지지면 그 전이 소똥으로 변신이라도 한답디까, 세상 좀 쉽게 살면 안되겠습니까'라며 확 상을 엎어버려던 치기를 참고 고비를 넘겼다. 하긴 설툰이 대학시절에 그 당시 또래가 다 하고다니던 알량한 데모질 하고 다니고, 만화그린답시고 예술 좀 한답시고 머리 기르고 다녔을 때, 그 꼴마저도 못보던 보수적인 집안이다.

오른쪽이냐 왼쪽이냐...
짜증나는 건 정치나 시사 논제가 아니라 아내의 경우처럼 일상에서도 좌우 정체성에 대해서 타자에게 '좌 아니면 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커밍아웃이나 복종을 요구받을 때이다. 

중요한 건 좌와 우의 싸움이 아니다.
시스템에 의해 훼손이 되기 전의 바로 그 인간, 사람이 사람답고자 하는 싸움이고,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이고, 사람과 개새끼/쥐새끼와의 싸움인 것이다.

*5살이 된 딸아이는 외모와 성격이 나를 닮았다. 그런데 엄마 젖을 먹은 탓인지 엄마가 왼손 쓰는 걸 본 탓인지 물건 잡을 때나 연필을 쓸 때나 왼손이 먼저 나온다. 좋다, 왼손이든 오른 손이든 주눅들지 말고 표현하고 싶은 대로 네가 즐거운 대로 제발 네 인생을 살기를...우습지도 않는 좌우구분에 희생되지 말기를...정체성은 좌우 어느 한쪽에 있는 게 아니라 바로 가슴에 있음을... 타자가 강요하는 시스템이 아닌 자기가 행복할 수 있도록 자신한테 떳떳하게 미쳐서 살기를...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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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설인호 설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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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the12th.tistory.com BlogIcon the12th 2009.02.10 1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짓말! 우뇌 발달시키려고 일부러 왼손잡이 시키는 거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