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설툰의 책도장
설툰에게는 <책도장>으로 주로 쓰이는 전각도장이 하나 있다. 폼나게 말하면 <장서표>라고도 하던가? 설툰은 누구처럼 번듯하게 '장서'를 구비한 것도 아니고 장서가처럼 소중하게 책을 다루는 것도 아니다. 아무튼 구입한 책에는 꼭 이 전각도장을 찍는다. 그래야 비로소 '내 책'이 된 듯한 기분을 든다.

그런데 이 도장을 설툰에게 '전각'해준 사람은 누굴까? 누가 그랬을까? 

<설툰의 책도장 - 설툰은 속표지보다는 책 윗부분에 책도장을 찍고 구입날짜는 적는 버릇이 있다. 왜? 그래야 누가 훔쳐가거나 빌려가도 쉽게 눈에 띄어서 회수가 쉽다(...라는 이유를 대지만 사실은 눈에 잘띄는 위치에다 찍어서 자랑질을 해대고 싶어서이다)>  


위의 책도장을 전각해 준 사람은 바로 손문상 작가이다.

몇 해 전에 그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전각작업 현장을 목격하고 설툰도 전각도장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둥 '비비디 바비디 부~'하며 아부(?)를 했더니 과연 '생각대로' 도장을 하나 파줬다. 무쟈게 오졌다(뿌듯했다). 
사실 손문상 작가가 설툰에게 도장을 파준 이유는 '겨우' 책도장에나 써먹으라는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번듯한 마스터피스를 완성한 후에 낙관으로 쓰라고 파준거다. 어쨌든 설툰은 그 걸작를 생산하지 못한 채 책도장으로 써먹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효율적이다 ^^.
(2003년에 여차저차하게 방문했던 그의 작업실 풍경은 살짝 어설픈 기록으로 남아있다http://www.newstoon.net/sub_read.html?uid=260&section=section109&section2=)


2. 부산에서 열린 손문상의 개인전 <나머지반(班)>
손문상 작가가 부산에서 전시회를 한다고 해서 지인들과 함께 부산에 다녀왔다. 바로 대안공간 반디(http://www.spacebandee.com)에서 기획한 손문상 개인전 나머지반(班)이다. 전시회 소개는 부클릿 문구로 대신한다. 


나머지반(班) :
02.20(금) -03.04(수) 부산 광안동 대안공간 반디
손문상 Son, Moon-sang
주류와 다른 삼을 살아가는, 마치 세상의 다른 반(異班
)과도 같은 마이너리티들의 이야기와 목소릴 담아낸 작업-[....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엿보이는 작업들....서민의 삶을 담은 얼굴그림과 이라크현장 스케치...현지답사 프로젝트와 화첩제작, 매체방영과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

그렇다. '나머지반'의 '반'은 절반(半)이 아니라 나뉘어진존재들(班)이다. 즉 '절반'도 차지하지 못한, 시스템에 의해 소수로 구분되어지는 그룹들을 말한다. 그 소수들의 얼굴과 그들의 소외된 구석진 곳을 찾아다니며 현장에서 포착한 장면(그림, 사진 및 여러 방법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들)을 전시하는 것이다. (이 까탈스런 전시명을 해독하고 다른 관람객들과 공유하기 위해 전시회 개장후 마련되었던 '작가와의 대화'시간에  설툰은 일부러 당돌한 질문을 던져야 했다.)


<전시장의 손문상 >

   

<레퀴엠/디지털 프린트 대형출력(383x180cm)-부클릿에 대표작으로 나왔던 그의 판화작품. 걸개그림처럼 한 쪽 벽을 다 차지하고 있다.>

<전시장 풍경-'대안공간 반디'의 전시장인 이곳은 원래 '목욕탕'이었다. 타일과 수도꼭지들이 이곳저곳 생존(?)있다. 아닌게 아니라 전시장의 위층의 세미나공간의 이름은 '탕tang'이다. '대안공간 반디'의 예술기획자는 센스장이^^.>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작가들:좌로부터 권범철(노컷뉴스), 서상균(국제신문), 최민(뉴스툰), 김용민(경향신문 -> 그 외 다수의 작가들이 참석했으나 미처  설툰의 일천한 블로그에 다 헤아리지 못함.>

<뒤풀이장에서 음미한 부산의 시원(C1)소주(설탕을 탄 것처럼 달았던 21도 관광소주), 그리고 서울에서 내려간 촌놈들을 주눅들게 했던 광안리 바닷가의 횟집 빌딩들(저 반짝이는 네온사인은 모두 횟집 간판이다)>


<이틑날 상경 도중에 충북 괴산의 어느 오래된 '다방'에서 걸죽한 커피한잔. 고개를 푹 숙이고 어둑하게 숨은 손문상 작가(좌)와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으로 지인들을 태우고 운전하느라 고생했던 미디어 오늘의 이용호 작가(우)> 

<괴산에서 오랜만에 조우한 이은홍 작가(좌) - 커피 한 잔만 마시고 헤어지기에는 너무 반가왔고 아쉬었던 선배. 깊은 이야기를 길게 할 기회가 또 생기리라.   
상경길에 동행한 윤기헌 부산대 교수(우) - 사려깊은 그의 인생 어드바이스가 설툰에게 힘이 되었다>


3.설툰이 보는 손문상
걸프전이 종반으로 치닫던 몇몇몇몇 해 전.
어느날 부산일보에서 지면을 잡고 있던 손문상 작가가 '이라크'에 간다고 했을 때, 설툰은 혹시 그가 미친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 정도면 얼추 시사만화로서 명망있는 자리에 안착한 셈인데, 편집국 화백실에 궁댕이를 붙이고 앉아 지지고 볶고 고군분투해서 가뜩이나 일천한 시사만화계의 대표작가로서 호의호식 해도 좋으련만, 난데없이 포탄이 날아드는 먼나라 전쟁판에 뛰어들어가겠다고 하니 후배작가들이 뜨악할 노릇인었던 것이다. (그의 책- 바그다드를 흐르다/바다출판사). 

어쨌건 그가 무사히 귀국해서 여차저차 우여곡절 끝에 '프레시안'으로 자리를 옮기고 난 후, 이번엔 갑자기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따라 여행한답시고 남미로 휘잉 날아가는게 아닌가? (프레시안 남미 사진전/프레시안).

설툰은 그를 '포기'하기로 했다. '이해'라는 단어로도 대치될 수 있지만 강도가 더 센 '포기'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이렇다. 그의 욕구를 '폭발'시키기에는 언론판(시사만화)라는 매체가 너무 경직되거나 협소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최소한 현재까지는-인터넷상에서의 활용도와 표현방식 및 그 한계는 지켜볼 일이다). 그는 '시사만화가'라는 위치를 넘어 '작가'로서의 어떤 궁극의 경지를 향해 너울너울 조금씩 헤엄을 치고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설툰은 감히 그를 시사만화계의 자리에서 붙잡을 수가 없다.

손문상이라는 하나의 자유인, 혹은 방랑인, 예술가에게 있어서 있어서,,,,, 신문판의 손바닥만한 지면은 그의 욕구(혹은 욕심)을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비좁게 보인다. 그가 시사만화에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던 아니던, 그의 만평은 그가 발현하고자 하는 다양한 방법론 중의 하나일 것이고, 우리는 앞으로 다른 어떤 모습의 손문상을 접하게 될 지 예측불가이다. 확실한 것은 그가 스스로도 말했듯이 아직도 '과정에 있다'는 있다는 것이다. 손문상은 다음에 어떤 '사고'를 칠까?

*사족-1 : 사람이 사람속에서 살면 그걸로도 충분히 행복한 거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세상이다. 비록 그 '사람들'이 '나머지반(班)'에 불과할 지라도. 그래서 더불어 숲이다.  

*사족-2 : 폰카로 찍은 탓에 노이즈를 상쇄하기 위해 일부러 흑백처리된 사진으로 올린다. 오해는 말아달라. 설툰도 좋은 카메라로 좋게 사진 찍고 싶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던가? 디지털시대에는 스펙이 사진퀄러티를 규정한다. (이게 말이냐 막걸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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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설인호 설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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